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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산림욕을 그냥 숲속 산책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운동도 되고 기분도 좋아지니까 막연히 좋겠지, 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여름 내내 더위와 이런저런 일들로 몸과 마음이 바닥을 치고 나서야 제대로 된 산림욕이 뭔지 찾아보게 됐습니다. 알고 보니 그냥 걷는 것과 제대로 된 삼림욕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피톤치드, 알고 마시면 다르다
산림욕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피톤치드(Phytoncide)입니다. 여기서 피톤치드란 식물이 해충이나 세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항균성 휘발성 물질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숲에서 맡을 수 있는 그 특유의 진한 나무 향이 바로 피톤치드입니다.
일반적으로 어느 숲이든 비슷한 양의 피톤치드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제가 찾아보니 꽤 차이가 납니다. 소나무나 전나무 같은 침엽수에서 활엽수보다 훨씬 많은 양이 방출되고, 하루 중에서도 정오부터 오후 2시 사이에 집중됩니다. 숲의 가장자리보다 100m 이상 깊이 들어간 곳에서 피톤치드 농도가 높다는 것도 제 경험상 실제로 체감이 됩니다. 숲 입구에서 맡는 향과 한참 걸어 들어간 뒤 맡는 향이 확연히 다르거든요.
피톤치드의 항균 효과는 천식과 아토피 피부염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심폐 기능을 강화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질병을 직접 치료하는 수단이라기보다는 건강 관리를 위한 보조적 활동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저도 그 관점에 동의합니다.
- 소나무·전나무 등 침엽수에서 피톤치드가 특히 많이 방출됨
- 하루 중 정오~오후 2시, 숲 안쪽 100m 이상 지점이 최적
- 항균 효과로 천식·아토피 완화, 심폐 기능 강화에 도움 가능
- 질병 치료가 아닌 건강 관리·스트레스 완화의 보조 활동으로 접근할 것
삼림욕 방법, 그냥 걸으면 절반만 한 겁니다
솔직히 저는 오래, 빨리 걷는 게 더 좋을 거라고 막연히 믿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제대로 된 삼림욕 방법을 찾아보고 나서야 제가 지금껏 산림욕이 아니라 그냥 숲속 파워워킹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삼림욕의 핵심은 빠른 보행이 아니라 오감을 열어두는 것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듣고, 나무와 풀의 향기를 의식적으로 들이마시고, 중간중간 멈춰 서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30분에서 1시간 정도 가볍게 걷는 것으로 시작하는 게 무리가 없습니다. 제가 이번 가을에 가까운 둘레길을 찾아 실제로 해봤는데, 걸음을 늦추고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숲의 온도와 냄새가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주변에 계곡이나 폭포가 있는 장소라면 더욱 좋습니다. 흐르는 물 주변에서 음이온(negative ion)이 발생하는데, 여기서 음이온이란 전자를 하나 더 얻어 음전하를 띠게 된 공기 입자를 말합니다. 신체적·정서적 안정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성분입니다. 계곡 옆에 앉아 있으면 이유 없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게 느껴지는데, 그게 그냥 기분 탓만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옷차림도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꽉 끼는 운동복보다 바람이 잘 통하면서 피부가 적당히 노출되는 옷이 피톤치드를 더 많이 흡수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편한 옷이면 다 된다고 생각했는데, 통기성을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체감 상쾌함이 달랐습니다.
복식호흡, 산림욕 효과를 두 배로 끌어올리는 방법
산림욕을 제대로 하려면 호흡도 바꿔야 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솔직히 좀 과하다 싶었습니다. 그냥 숲에서 숨만 쉬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요. 그런데 복식호흡(diaphragmatic breathing)을 실제로 해보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여기서 복식호흡이란 가슴이 아닌 횡격막과 배를 이용해 공기를 폐 깊숙이 채우는 호흡법을 말합니다. 가슴만 살짝 들썩이는 흉식호흡과 달리, 들이쉴 때 배가 볼록해지고 내쉴 때 배가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숲속 벤치에 앉아 코로 천천히 깊게 들이마시고, 입으로 조금씩 내뱉는 복식호흡을 10분 정도 반복했더니 그 짧은 시간 안에 어깨의 긴장이 풀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여름 내내 쌓였던 피로감이 이 단순한 동작 하나로 조금씩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숲속에서 복식호흡을 하면 피톤치드를 더 깊이, 더 많이 들이마실 수 있으므로 산림욕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코르티솔(cortisol) 감소 효과도 주목할 만합니다. 여기서 코르티솔이란 스트레스에 반응해 부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으면 피로·불안·수면 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산림욕 후 코르티솔 수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관찰 결과가 보고됐습니다(출처: NIH PubMed, 산림욕과 스트레스 지표 체계적 문헌고찰). 물론 개인차가 있고 단회성 방문보다는 꾸준히 숲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함께 언급됩니다.
식물이 왕성하게 자라는 초여름부터 가을까지가 산림욕에 가장 좋은 계절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다고 느끼는 때는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초가을입니다. 덥지도 않고 피톤치드 농도도 충분한 시기이다 보니 복식호흡을 하면서 숲속에 머무는 것이 한결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산림청에서도 가을철 산림욕의 건강 효과를 강조하며 꾸준한 실천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산림청 공식 홈페이지).
자주 묻는 질문
Q. 산림욕은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래 해야 효과가 있나요?
A. 일반적으로 1~2시간 이상 해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연구 결과를 보면 30분~1시간의 단기 방문에서도 심박수 감소와 심리적 긴장 완화가 관찰됐습니다. 한 번 오래 하는 것보다 주 1~2회라도 꾸준히 찾아가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제 경험상 짧게라도 자주 가는 것이 훨씬 지속하기 쉬웠습니다.
Q. 피톤치드가 많이 나오는 숲이 따로 있나요?
A. 소나무·전나무·잣나무 같은 침엽수림에서 활엽수림보다 피톤치드 방출량이 확연히 높습니다. 숲 가장자리보다 안쪽 100m 이상 들어간 지점이 농도가 높고, 정오에서 오후 2시 사이가 하루 중 가장 활발하게 방출되는 시간대입니다. 가까운 소나무 숲이나 편백나무 숲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좋은 선택입니다.
Q. 복식호흡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어렵지 않나요?
A.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방법 자체는 간단합니다.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면서 배를 앞으로 내밀고, 입으로 조금씩 길게 내뱉으면서 배를 집어넣는 것입니다. 제가 처음 제대로 해봤을 때는 3~4회만 해도 어깨 긴장이 풀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숲속 벤치에 앉아 10분 정도만 반복해도 충분히 효과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Q. 산림욕이 아토피나 천식에 정말 도움이 되나요?
A. 피톤치드의 항균 효과가 천식과 아토피 피부염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있습니다. 다만 산림욕이 이 질환들을 직접 치료하는 방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건강 관리와 증상 완화를 위한 보조적 활동으로 꾸준히 병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 제 판단이며,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결론
산림욕을 제대로 파고들기 전까지 저는 숲에서 빠르게 걷는 것이 곧 산림욕이라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침엽수 숲 깊은 곳에서 피톤치드를 들이마시고, 음이온이 풍부한 계곡 근처에서 복식호흡을 하는 것. 이 두 가지만 의식해도 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훨씬 깊이 쉴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무리해서 높은 산을 오를 필요는 없습니다. 집 근처 소나무 숲이나 둘레길을 찾아 한 달에 서너 번, 30분이라도 천천히 걷고 앉아서 숨을 고르는 것이 특별한 보양식보다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가을, 저는 그렇게 몸과 마음을 조금씩 되돌려 놓을 계획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