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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가 맛없다고 하는 분들, 혹시 제대로 된 민어를 드신 게 맞을까요? 저도 어릴 때부터 여름이면 민어를 먹어왔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엔 그 맛이 뭔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숙성된 민어를 한 번 맛보고 나서는 왜 이 생선이 여름 보양식의 대명사인지 몸으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민어는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생선이 됩니다.



민어 제철, 언제가 진짜일까

민어는 무조건 여름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하다 보니, 복날을 전후해서 수요가 몰립니다. 실제로 민어의 가장 맛있는 시기는 6월에서 7월 사이가 맞습니다. 이 시기 민어는 산란 준비를 위해 알과 내장 지방을 왕성하게 축적하는 단계에 있어, 뱃살 쪽 기름이 두껍고 감칠맛도 가장 진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는 한 가지 다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민어의 산란기는 9월에서 10월 사이입니다. 산란 성기(産卵盛期)란 산란 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기를 말하는데, 이때가 되면 암컷은 알집이 커지면서 살이 부석부석해지고 기름기가 빠집니다. 여름이 절정인 건 맞지만, 그만큼 가격도 정점을 찍습니다. 5.2kg짜리 한 마리에 kg당 3만 9천 원대, 큰 개체는 마리당 70만 원에서 100만 원에 육박하기도 합니다.

반면 겨울철, 구체적으로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에는 민어가 깊은 수심에서 월동하며 살과 기름을 다시 비축합니다. 이때는 사람들이 민어를 잘 찾지 않아 가격이 상당히 내려가는데, 제가 경험해보니 이 시기 민어도 충분히 기름지고 감칠맛이 있었습니다. 여름에 비해 화제성은 덜하지만, 가성비 면에서는 겨울 민어를 노려보는 것도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봅니다.

또 민어와 관련해 자주 혼동되는 것이 있습니다. 일부 횟집에서는 중국산 양식 민어나 점성어를 자연산 민어와 동일종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점성어(點星魚)는 외형이 비슷하지만 민어와는 다른 어종으로, 부레의 크기와 모양에서 차이가 납니다. 민어 특유의 큼직하고 탄탄한 부레가 나오지 않는다면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6~7월: 내장 지방 최대 축적, 맛 절정이지만 가격도 최고
  • 9~10월: 산란 성기 진입, 살이 부석해지고 기름기 감소
  • 12~3월: 월동 시기, 가격 저렴하고 기름기 회복
요약: 민어 제철은 여름이 맞지만, 가격 부담이 크다면 월동 시기인 겨울도 충분한 대안이 됩니다.

 

숙성, 민어 맛을 가르는 핵심

민어가 맛없다는 분들과 민어가 최고라는 분들 사이의 간극, 저는 그게 전부 숙성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이 부분이 정말 결정적이었습니다.

민어는 다른 흰살 생선에 비해 수분 함량이 높습니다. 수분이 많은 상태로 썰어내면 살이 무르고 식감이 물컹거려 맛이 없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여기서 숙성(熟成)이 필요합니다. 숙성이란 어류를 일정한 온도와 습도 조건 아래 두어 근육 내 효소가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으로, 이 과정에서 감칠맛 성분인 이노신산(IMP)이 생성되고 살에 찰기가 더해집니다.

수산시장에서 빙장(氷藏) 선어로 유통된 민어를 사다 바로 썰어 먹으면 숙성이 통제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조각은 덜 숙성되고 어떤 조각은 이미 지나쳐 있습니다. 빙장이란 얼음을 이용해 어체를 저온 상태로 운송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피 제거(혈액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숙성 온도가 들쭉날쭉해진다는 점입니다.

소금 숙성은 한 가지 대안입니다. 살 표면에 소금을 뿌려 상온에서 20분 정도 두면 삼투압 작용으로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표면이 매끄럽고 찰기 있는 상태가 됩니다. 제가 소금 숙성한 것과 일반 숙성한 것을 나란히 먹어봤는데, 표면 질감부터 확연히 달랐습니다. 일반 숙성은 살이 좀 더 부드럽고 물기가 남아 있는 반면, 소금 숙성은 씹었을 때 살이 더 단단하게 뭉쳐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민어를 전문으로 다루는 남도 밥상집이나 숙성 전문점이 일반 수산시장보다 훨씬 나은 결과물을 내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셰프가 의도한 온도와 시간 안에서 숙성을 완료한 뒤 내놓기 때문에, 살에 적당한 찰기가 살아 있으면서 씹을수록 감칠맛이 나옵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어류 숙성 중 발생하는 이노신산 함량 변화는 어종과 보관 온도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온도 관리가 품질에 직결됩니다(출처: 국립수산과학원).

요약: 민어의 맛은 숙성 통제 여부에서 갈립니다. 수분이 많은 생선인 만큼 소금 숙성이나 전문점 방문이 훨씬 나은 결과를 줍니다.

 

민어, 이렇게 먹어야 제 맛이 납니다

민어를 먹는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좀 나뉩니다. 회 단독으로도 충분하다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재료와 함께해야 진가를 발휘한다고 보는 쪽도 있습니다. 제가 경험해본 바로는 후자에 더 공감이 갑니다.

민어는 돌돔이나 참다랑어처럼 회 자체의 탱글탱글한 식감이 강한 생선이 아닙니다. 씹을수록 아미노산에서 오는 진한 감칠맛이 올라오는 생선입니다. 그래서 양파쌈이나 깻잎 같은 채소, 기름장이나 쌈장과 함께 먹었을 때 상승 효과가 납니다. 특히 남도식으로 양파를 함께 싸서 먹으면 아삭한 식감이 민어의 부드러운 살과 대비를 이루면서 훨씬 밸런스가 좋았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밥반찬처럼 먹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조합이 꽤 계산된 방식이었더군요.

부레(浮漂)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부레란 어류가 부력을 조절하는 기관으로, 민어 부레는 다른 생선과 달리 겉면에 지방층이 두껍게 자리하고 있어 생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이 겉면 지방층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으면서 치즈처럼 고소한 맛을 냅니다. 단, 안쪽 속심질은 질기기 때문에 호불호가 나뉩니다. 제 경우엔 씹을수록 고소함이 나와서 속심질도 버리기 아까웠는데, 이 부분은 취향에 따라 골라 드시는 게 맞습니다. 중요한 건 민어 부레는 반드시 생으로 먹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데쳐서 나온다면 그 집의 재료나 신선도를 한 번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어탕도 제가 꼭 권하고 싶은 메뉴입니다. 된장을 베이스로 끓인 민어탕은 국물에 기름이 동동 뜨면서 진한 풍미가 납니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민어는 단백질이 100g당 약 18~20g 함유된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무더운 여름철 기력 보충에 적합한 어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살이 풍부해 탕으로 끓였을 때 건더기도 넉넉하고, 불포화지방산(UFA)이 국물에 녹아 나와 기름지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깔끔한 마무리가 됩니다. 여기서 불포화지방산이란 상온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지방산으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와 심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민어회: 기름장 또는 쌈장과 함께, 양파쌈을 곁들이면 시너지 상승
  • 민어 부레: 생으로 먹는 것이 기본, 데친 상태로 제공되면 재료 신선도 의심
  • 민어탕: 된장 베이스 필수, 기름진 국물이 여름 보양식으로 적합
  • 민어전: 담백하고 고소한 뒷맛, 단독 요리로도 충분
요약: 민어는 단독 회보다 다양한 부위와 조리법을 코스로 경험할 때 제 맛이 납니다. 특히 부레는 생으로, 탕은 된장 베이스가 정석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민어 제철이 여름이라는데, 겨울 민어는 맛이 없나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여름 민어가 내장 지방이 가장 두껍고 화제성도 높은 건 사실이지만, 겨울 민동도 월동하며 살과 기름을 비축하기 때문에 충분히 기름지고 감칠맛이 있습니다. 가격이 여름에 비해 크게 내려가기 때문에 가성비를 따진다면 겨울 민어를 노려보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봅니다.

 

Q. 수산시장에서 민어 사다 먹으면 안 되나요?

A. 먹을 수 있지만, 숙성 상태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빙장 선어 상태로 들어온 민어는 당일 판매량에 따라 숙성 정도가 제각각이고, 부위도 골고루 받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민어 전문점이나 숙성 전문점을 이용하면 셰프가 온도와 시간을 통제한 상태로 내놓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훨씬 낮습니다.

 

Q. 민어 부레를 데쳐서 주는 집은 문제가 있는 건가요?

A. 민어 부레는 생으로 먹는 것이 기본입니다. 데쳐서 제공하는 경우는 선도가 많이 떨어졌거나, 민어가 아닌 유사 어종의 부레일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경우가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제대로 된 집이라면 생부레를 내놓는 것이 원칙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Q. 소금 숙성과 일반 숙성, 어느 쪽이 더 맛있나요?

A. 제가 직접 두 가지를 비교해봤을 때, 소금 숙성이 표면 찰기와 수분 제거 면에서 더 확실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다만 소금 숙성은 상온에서 20분 정도 진행한 뒤 소금을 털어내고 냉장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고, 냉장 상태에서 소금 숙성을 하면 소금이 잘 녹지 않아 시간이 훨씬 길어집니다. 어떤 방식이 낫다기보다는, 두 방식 모두 수분을 제대로 다스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Q. 민어회가 탱탱하지 않고 물렁물렁한 건 원래 그런 건가요?

A. 민어는 원래 탱글탱글한 식감을 주는 생선이 아닙니다. 이 점에서 돌돔이나 참다랑어 같은 어종과 비교하면 식감의 호소도가 다소 낮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민어의 매력은 씹을수록 깊어지는 감칠맛과 감치 있는 찰기에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탱탱한 식감을 기대하고 드시면 실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숙성을 제대로 한 민어는 물렁함과 다른, 부드러우면서도 뭉치는 찰기가 있습니다.

 

결론

민어가 맛없다는 분들과 최고라는 분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유, 저는 이제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같은 민어를 먹은 게 아닌 겁니다. 제대로 숙성되지 않은 수산시장 선어 민어와, 셰프가 온도와 시간을 통제해 숙성시킨 민어는 완전히 다른 음식입니다. 어릴 적부터 민어를 좋아했던 저도, 직접 소금 숙성까지 시도해보고 나서야 이 생선이 얼마나 까다롭고 또 그만큼 보람 있는 식재료인지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올여름 민어를 드실 계획이 있다면, 수산시장에서 덜컥 사기보다는 민어 전문점이나 남도식 밥상집에서 코스로 드셔보시길 권합니다. 부레, 뱃살, 껍질, 탕까지 한 번에 경험해보면, 왜 이 생선이 여름 보양식의 자리를 오래 지켜왔는지 몸으로 이해하게 될 겁니다. 겨울 민어도 충분히 훌륭하니,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그 시기를 노려보는 것도 충분히 권할 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ibPRQfjE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