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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수확하고 나면 잎은 그냥 버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시지 않습니까? 저도 어릴 때는 고추잎이 따로 챙겨 먹을 만한 식재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어머니께서 밥상에 올려주시면 먹던 나물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버려지는 잎 하나에 꽤 묵직한 영양이 담겨 있었습니다.

고추잎에 담긴 영양성분, 생각보다 밀도가 높습니다
고추잎은 고추를 수확하기 전이나 곁순을 정리하면서 나오는 잎을 식재료로 활용한 것입니다.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capsaicin) 함량은 과육에 비해 훨씬 낮아서 쌉싸름한 향만 남고 매운맛은 거의 없습니다. 여기서 캡사이신이란 고추의 매운맛 성분으로, 주로 씨와 태좌 부위에 집중되어 있어 잎에는 극소량만 존재합니다.
제가 직접 찾아봤을 때 가장 놀랐던 수치는 비타민 C 함량이었습니다. 고추잎의 비타민 C는 풋고추의 약 7배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는데, 비타민 C는 콜라겐(collagen) 합성을 촉진합니다. 콜라겐이란 피부와 뼈, 혈관 등을 구성하는 단백질로, 체내에서 자체 생산이 줄어드는 중장년 이후에는 식품으로 보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타민 C가 이 합성 과정을 돕는다는 점에서 고추잎은 피부 건강 측면에서도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또 주목할 성분이 카테킨(catechin)입니다. 카테킨이란 폴리페놀 계열의 항산화 물질로, 혈관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전 형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추잎의 카테킨 함량은 녹차보다 12배 많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런 수치들을 보면 고추잎이 단순한 나물 이상의 식재료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이를 두고 "고추잎만 먹으면 혈압이 잡힌다"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여러 채소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식단 안에서 고추잎을 하나의 좋은 선택지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엽산(folate)과 베타카로틴(beta-carotene)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엽산이란 세포 분열과 DNA 합성에 관여하는 수용성 비타민으로, 특히 임신 초기 태아의 신경관 발달에 중요합니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어 망막의 로돕신(rhodopsin) 재생을 돕습니다. 로돕신이란 빛에 반응하는 시각 색소 단백질로, 이것이 충분히 생성되지 않으면 어두운 곳에서 시력이 저하되는 야맹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눈 피로가 잦은 편이라면 이 부분이 특히 와닿을 것 같습니다.
- 비타민 C: 풋고추 대비 약 7배 함량으로 콜라겐 합성 지원 (출처: 농사로(농촌진흥청 농업기술포털))
- 카테킨: 녹차 대비 약 12배로 혈관 내 항산화·항혈전 기능
- 엽산: 태아 신경관 결손 예방에 관여하는 수용성 비타민
- 베타카로틴: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 야맹증 예방 및 눈 건강 유지
- 칼슘·철분: 골밀도 강화 및 임산부 빈혈 예방에 기여
어머니 손맛의 비밀은 조리법에 있었습니다
고추잎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데쳐서 들기름과 국간장으로 조물조물 무쳐주시던 나물인데, 당시에는 그게 얼마나 정성 들어가는 조리인지 몰랐습니다. 제가 직접 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데치는 시간을 조금만 잘못 조절해도 색이 누렇게 변하거나 쓴맛이 강해지더라고요.
"고추잎은 그냥 오래 삶으면 되는 거 아니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 해보니 이 부분이 맛의 분기점이었습니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30초에서 1분 이내로 살짝 데친 뒤, 바로 찬물에 헹궈야 엽록소(chlorophyll)가 보존됩니다. 엽록소란 식물 세포 안의 녹색 색소로, 열에 오래 노출되면 구조가 파괴되어 색과 향이 동시에 손상됩니다. 찬물로 빠르게 열을 차단하는 것이 선명한 색과 향을 유지하는 핵심입니다.
양념은 단순할수록 좋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간장 양이 많아지면 고추잎 특유의 은은한 향이 묻혀버립니다. 국간장 한 스푼에 다진 마늘, 들기름, 깨소금 정도면 충분합니다. 들기름이 들어가면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서 영양적으로도 더해지고, 고소한 향이 고추잎의 쌉싸름한 맛과 잘 어울립니다. 오메가-3 지방산이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아 반드시 식품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지방산으로, 염증 억제와 혈중 중성지방 감소에 관여합니다(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말린 고추잎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데쳐서 그늘에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뒤집어가며 말리면 사계절 내내 보관이 가능합니다. 불려서 된장이나 들깨가루와 함께 볶으면 구수한 맛이 더해지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된장의 감칠맛이 고추잎 특유의 향을 보완해줘서 나물 반찬 중에서도 밥도둑 소리를 들을 만했습니다.
궁합 재료로는 양파가 자주 거론됩니다. 양파에 들어 있는 퀘르세틴(quercetin)이 고추잎의 항산화 성분과 시너지를 낸다는 시각도 있는데, 퀘르세틴이란 플라보노이드 계열의 항산화 물질로 세포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기여합니다. 제가 실제로 양파를 곁들여 봤을 때 맛도 부드러워지고 단맛이 살짝 더해져 먹기 편해졌습니다.
기본 고추잎나물 무침 순서
억센 줄기와 상한 잎을 제거한 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습니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30초~1분 이내로 살짝 데치고, 바로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짭니다. 국간장, 다진 마늘, 들기름, 깨소금을 넣고 조물조물 무치면 완성입니다. 양념은 적게 쓸수록 고추잎 본연의 향이 살아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고추잎 제철이 언제인가요?
A. 고추잎은 9월에서 10월 사이가 제철입니다. 고추 수확이 마무리되는 시기에 남은 잎을 거두기 때문인데, 이 시기를 놓치면 말린 제품을 구해야 합니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신선한 고추잎을 보면 선명한 녹색에 시들지 않은 것을 고르시면 됩니다.
Q. 고추잎이 매운가요?
A. 고추잎은 거의 맵지 않습니다.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이 잎에는 극히 적게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약간 쌉싸름한 향이 있긴 하지만, 데치고 나면 이 향도 많이 순해져서 어린이나 매운 것을 못 드시는 분도 무리 없이 드실 수 있습니다.
Q. 고추잎 보관은 어떻게 하나요?
A. 신선한 고추잎은 냉장 보관해도 빨리 시들기 때문에, 데쳐서 말리는 방법이 장기 보관에 훨씬 유리합니다. 그늘지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뒤집어가며 완전히 건조하면 실온에서도 오래 두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말리지 않으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니 완전 건조가 중요합니다.
Q. 임산부도 고추잎을 먹어도 되나요?
A. 고추잎에는 엽산과 철분이 들어 있어 임산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다만 특정 식품을 치료 목적으로 과다 섭취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으며, 임신 중 식이에 변화를 주실 때는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결론
고추잎은 제가 오랫동안 그냥 지나쳤던 식재료였습니다. 어릴 때 밥상에서 아무 생각 없이 먹다가, 마트에서 고추잎을 발견한 날 어머니의 들기름 나물 냄새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비타민 C 함량이나 카테킨 수치 같은 건 그 뒤에 알게 된 것이고요.
고추잎이 "이것만 먹으면 만병이 낫는다"는 식의 슈퍼푸드라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그 시각보다는 제철에 나는 잎을 버리지 않고 밥상에 올리는 오래된 지혜로 바라보는 쪽이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영양적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고, 조리법도 단순합니다. 9월에서 10월 사이 시장에서 고추잎이 보이면 한 번 집어 드셔 보시길 권합니다. 데치는 데 1분, 무치는 데 5분이면 어머니 밥상 한 켠이 되살아납니다.

